네이버 ‘웨일 WHALE’ 브라우저에 대한 소고(小考)

2018. 11. 15. 00:33

네이버 ‘웨일 WHALE’ 브라우저에 대한 소고(小考) 배너






2017년 10월 16일

네이버의 ‘웨일(WHALE)’ 브라우저가 베타테스트를 마치고 정식 출시하였다


구글이 하는 서비스를 차근차근 따라 하는 네이버가 브라우저 시장에도 진출한 것으로

웨일을 통해 지식인, 가격비교, 쇼핑몰, 라인 메신저, 메일 등 네이버 생태계를 통합하여 인터넷의 시작과 끝을 완성한 것이다.


하지만 웨일은 조급함 때문에 첫 단추부터 잘못 시작했다

웨일이 브라우저 엔진으로 구글의 '크로미움(Chromium)'와 네이버 개발한 '슬링(SLING)'을 동시에 탑재하겠다고 발표를 했었다. 출시 시점에는 호환성 문제로 '크로미움'만으로 시작한 웨일은 1년여 지난 지금까지도 슬링을 탑재하지 못했는데 나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 바로 '네이버가 구글의 미끼를 물었기' 때문이다.




미끼를 물어버린 네이버


우선, 네이버 웨일은 자신들이 개발한 슬링 엔진만으로 동작하는 브라우저로 출시했어야 했다.

네이버는 ‘슬링’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놓고 인터넷 서비스 호환성 문제로 오픈소스인 '크로미움'을 적용하였는데 비즈니스적으로 본다면 네이버가 이번에도 영리한 선택을 한 것이다. 슬링이 아직 쓸만하지 않다고. 기술력이 아직 안 된다고 고백한 꼴이지만 돈 안 되는 자존심을 버리고 구글이 만든 기술로 브라우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고 크롬 확장 프로그램도 공유해 크롬의 생태계도 거저먹게 되었으니 네이버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구글이 오픈소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이 '미끼'를 물어서 자기들보다는 한 수 아래 있으라는 전략인데 네이버가 그걸 물어버렸다.


웨일이 크롬을 이기려면 크롬보다 보안이나 브라우징 성능이 높아야 하는데

'크로미움'을 가져다 쓰면 크로미움의 개발 스케줄을 따라야 하므로 웨일은 잘해도 2등에 불과하게 된다.

즉, 웨일의 레벨은 크로미움을 가져다 쓰는 다른 브라우저들과 경쟁하는 수준이지 절대 크롬과 동등한 레벨이 될 수가 없고 이것이 웨일 브라우저의 한계가 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크로미움을 쓰는데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슬링 엔진을 같은 수준으로 개발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따라갈 수가 없다. 그렇게 동일 수준으로 슬링을 개발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애초에 네이버 웨일이 크로미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웨일 브라우저의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


소식에 의하면 슬링은 네이버 확장 스토어를 통해 탭 형태로 제공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슬링은 메인 엔진이 아니라 보조 엔진에 불가하게 된다. 처음부터 보조 엔진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는지 모르겠지만 네이버가 왜 이렇게 슬링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역설적으로 오픈소스 크로미움의 한계를 네이버가 인식하고 슬링을 통해 웨일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웨일은 출시 1년여가 지난 지금 국내 시장점유율이 1%대에 머물고 있다

네이버의 브랜드 파워에 비하면 형편없는 성적인데 이는 애플리케이션으로써 브라우저가 갖는 의미가 다른 소프트웨어와 다른데 기인한다.

소프트웨어로써 웨일은 사용자들로부터 평가가 좋은데 네이버 서비스를 모은 사이드바, 화면 분할 기능인 스페이스 모드 등 사용자를 위한 편의 기능을 다수 제공하여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편의성 때문에 새로운 소비자가 브라우저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IE가 시장을 독점할 때 크롬 브라우저는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성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웨일도 크롬을 이기기 위해서는 브라우저로써 웹브라우징 성능으로 승부를 겨뤄야 한다. 성능 최적화도 어려운 오픈소스 '크로미움'과 편의 기능 같은 잔재주로는 소비자의 선택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다른 브라우저들과 경쟁력도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웨일은 어떻게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까.

첫째, 구글처럼 크롬북을 만들거나 스마트폰에 선 탑재하는 방식으로 설치되는 비율을 인위적으로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네이버 자본력으로는 어림없으니 포기하자.

둘째, 웨일만의 킬러 콘텐츠를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을 늘려야 한다. 이 방식이 지금 네이버가 목표하는 방법으로 추정되며 지금처럼 메인 엔진으로 크로미움을 사용하고 보조 엔진으로써 슬링에서 독자적인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크롬이 하지 않는 액티브엑스 설치 기능이나 기업용 보안 기능, 미래의 AI/VR의 접목 등 독자적인 엔진기술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네이버가 만든 스토어에서 슬링 탭을 설치해 슬링 탭 전용 사이트에서 웹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런 방식은 티맥스가 삽질하는 OS 사업을 네이버는 슬링을 통해 저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웨일 브라우저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구글의 크롬이 기존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지배한 시장에 도전하여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로 현재의 성과를 이뤄낸 점을 생각하면 네이버가 슬링을 통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브라우저 사업을 하지 않는 것에 실망하게 된다. 5년간이나 개발한 슬링 엔진을 버리고 크로미움을 가져다 씀으로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결국은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가 가야 할 길을 늦추는 일이 됐다. 서비스를 따라는 것도 모자라 기술도 가져다 써서는 계속 끌려다니게 된다. 네이버 서비스에 최적화한 지금의 웨일 가지고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안 먹힌다.

대한민국 인터넷 서비스 1위 기업인 네이버의 이름에 걸맞게 한국적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술력을 키우기를 바란다.











PS.

'17년 10월에 웨일 발표 보고 빡쳐서 쓰기 시작한 글이 어느새 1년이 넘은 지금에야 공개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런 글은 쓰지 말아야겠다